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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중 닭날개 한 입 먹고 운 썰..jpg / 체코 프라하 콜코브나 브 콜코브네(Kolkovna v Kolkovne) 맛집추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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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중 닭날개 한 입 먹고 운 썰..jpg / 체코 프라하 콜코브나 브 콜코브네(Kolkovna v Kolkovne) 맛집추천!

seook 2024. 3. 21. 18:24

 

체코 프라하 콜코브나 브 콜코브네 방문기

 

 

여행 총 14일중 11일차. 유럽의 식문화에 질렸다. 보기만 해도 목이 막히는 빵과 치즈, 보기만 해도 속이 더부룩해지는 소시지와 맥주.

처음부터 가성비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친구와 다짐했다는 이유로 많은 끼니가 마트에서 파는 빵과 샌드위치로 대체되었다. 유럽이 미식을 함께 즐기기로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라고 알았기에 처음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트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겸 점심으로 끼니를 떼우고 저녁에는 케밥에 마트에서 산 맥주를 곁들이면서 계획되어 있지도 않은 "맛있는 식사"를 위해 돈을 아끼고 아꼈다. 

콜코브네 브 콜코브네. 여행가기 전 여행 관련 카페 체크인 유럽에서 우연히 알게된 곳으로, 친구와 같이 가기로 하고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그때는 여행하면서 현지 식단에 잘 적응했을지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 당연히 현지 음식과 잘 맞을 줄 알았다. 한국에서도 빵과 피자, 햄버거만 잘 먹고 살아왔기에 유럽의 식문화는 오히려 내가 여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 식당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카페에서의 좋은 리뷰와 구글맵의 좋은 평점을 믿고 보았기에 내게는 가지 않으면 안되는 식당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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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식단을 간단히 적어보겠다. 아침겸 점심으로 13시에 체코의 치즈 튀김[Smažený sýr]을 먹었고, 길을 다니면서 우연히 발견한 젤라또집에서 젤라또를 간단히 먹었다. 이 날도 많이 시키는 습관과 "소식"하는 습관이 함께 콜라보가 이루어져 속이 더부룩 할 정도로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즈음에는 배가 꺼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활동량이 부족했던 탓일까. 예약된 시간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내 배는 어떤 음식도 맛있게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구글 리뷰에서 배부른 상태로 먹었음에도 엄청 맛있었다는 리뷰를 보았기에 약간의 기대를 갖고서 가게에 들어갔다.

왼쪽: 가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 가운데: 식탁 앞에 바로 있는 냅킨과 포크, 나이프, 이쑤시개. 오른쪽: 이 식당과 관련된 양조장의 사람들로 추정되는 사진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이렇다. 사진은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맥주통이 보인다. 유럽에서는 맥주통을 밖에 어느정도 보이게 전시하는 것이 유행인건지, 이쪽 지역에서 이런 레스토랑의 모습은 흔한 편이다. 예약했다고 점원에게 말 하고서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점원분께서 창문쪽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국어 응대가 가능한 점원이 계셨다. 

메뉴에 뭐가 엄청 많다. 유럽에서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메뉴판을 보는 것이 내게 하나의 묘미였는데, 서양의 개인주의적 측면이 이런 메뉴 구성에서도 나타남을 볼 수 있는 듯 했다. 많은 식당들이 그렇듯 여기에서도 음료를 먼저 주문받으려 점원이 나왔다. 친구는 필스너 맥주를 골랐고, 나는 Brewer's Choice를 골랐다. 이후 맥주를 받고서 천천히 메뉴를 감상하면서 음식을 골랐다. 나는 내 소울푸드이자 구글 리뷰에서 극찬을 받은 "Kolkovna" wings을 골랐고, 친구는 유럽여행 와서 굴라쉬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에 굴라쉬를 시켰다. 

 

내가 받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상큼한 맛이 내 입을 감쌌다. 익숙한 듯한 느낌을 받아 무슨 맛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초반에 부다페스트에서 마셨던 맥주와도 비슷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에서 마신 맥주는 너무나도 상큼한 나머지 맥주를 남길만큼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여기에서는 적당히 상큼한 덕분에 하나를 다 마실 수 있었다.

점심에 치즈 튀김을 먹으면서 곁들인 흑맥주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거기에서는 무거운 보리향이 내 혀를 짖눌렀다면, 여기에서 마신 맥주는 상큼한 향이 미뢰동산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친구와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점원이 윙을 먹고 닦을 화장지를 가져다 주었다. 음식이 곧 나옴을 직감하고서 기다렸는데, 처음에 접시를 받고서 마음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지금까지 먹던 음식과 다른 구성의 음식이 나왔구나. 고기만 있는 검붉기만 한 접시가 아닌 알록달록한 다양한 색깔을 바라보며 마치 색맹을 갖고있던 사람이 특수한 안경을 쓰고 처음 색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왼쪽: 콜코브나 윙. 오른쪽: 굴라쉬 (글을 쓰다가 다시 보니 배가 고파진다)

왼쪽의 기름기가 흐르는 닭날개와 가운데에 있는 옥수수와 나초, 오른쪽의 간단한 샐러드. 아래에 있는 스위트 칠리와 요거트가 적절히 색의 조화를 이루었다. 오른쪽에 있는 대파와 샐러드를 바라보기만 해도 지금까지 혈관에 고인 기름기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굴라쉬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먹었던 굴라쉬와 다르게 여기에는 접시에 담겨 나왔다. 고기 위에 홍고추가 올라가 있는게 포인트이다.

콜코브나 윙을 한 입 먹고선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까지 고국의 맛을 찾기 위해 갔지만 느끼지 못했던 한식집이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오늘 여기를 오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구나를 순간 느꼈다. 맛은 정말 간단하다. 염지가 잘 된 닭날개를 오븐에 구운 뒤 스위트칠리를 기반으로 한 소스를 겉에 바른 음식으로 맛이 너무 무겁지는 않으면서 달달한,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가진 음식이었다. 염지가 속까지 잘 되어 맛이 일관되게 느껴졌고, 맥주와 함께하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친구에게도 한 조각 먹어보라고 하니 친구도 정말 맛있다고, 자기도 이 음식을 시킬 걸 그랬다. 친구는 아마도 여기에서도 굴라쉬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친구의  포크는 유럽 대륙처럼 접시를 자유로이 넘어다녔고 어느순간 내 접시인지 친구의 접시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닭날개에 적양파랑 요거트를 약간 올리고 먹기도 하고, 나초 찍어먹는 칠리소스를 올려 먹기도 하며 다양한 맛을 같이 즐기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먹는 중간에 틈틈이 양파와 토마토를 생으로 먹고, 나초를 먹으니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점원이 뼈 접시를 새로 바꿔주니 쾌적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여기에서도 많이 시키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는지 배부르지만 약간 허전함과 다른 음식의 맛이 궁금함때문에 슈니첼을 하나 더 시켰다. 맥주를 더 할 것이냐고 점원이 물어보았지만, 배부름에도 슈니첼을 시키는 것이기에 맥주는 더 시키지 않았다. 

슈니첼! 흔히들 돈까스와 비교하지만 내게는 돈까스와 전혀 다른 음식으로 다가온다. 고기를 먹을 때 첫 점은 아무 양념도 안찍고 먹으면서 맛을 음미할 정도로 담백한 맛을 즐기는 내게 슈니첼은 돈까스 그 이상이었다.

돈까스는 단지 넓게 편 고기에 빵가루를 뭍여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에 기름에서 바로 꺼내면 기름지고, 시간이 지나면 마른듯한 느낌을 주지만  슈니첼은 다르다. 음식이 아직 따듯한 것을 보아 튀겨서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겉에서 기름기는 일절 찾아볼 수 없고 보기만 해도 바삭거릴 것 같은 겉에 튀김옷이 내 침샘을 자극해왔다. 

한 입을 썰어서 먹으니 역시, 기대한 것 그대로였다. 맛이 담백하면서 뒤에 약간의 단 맛이 입안에 도는데, 이 맛이 무슨맛인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콘칩향이 난다'였다. 칼로 작게 잘라 레몬즙을 뿌려 먹어보기도 하였는데 레몬의 상큼한 향이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의 무거운 느낌을 가볍게 날려보내는 듯 했다.

내가 유럽여행 중에 슈니첼을 서너번 먹어보았지만, 여기에서 먹은 슈니첼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친구는 내게 두 번째로 맛있다고 말했는데, 왜인지 물어보니 친구는 기름진 맛을 조금 더 선호하는 듯 했다. 배부름에도 슈니첼 두 조각을 친구와 나누어 다 먹었고, 뒤에 있는 감자는 자주 먹던 감자 샐러드 맛이어서 조금 남겼다.

전반적으로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다음에 온다면 무엇을 시킬것이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치킨 윙과 이번에 시키지 못했던 돼지 갈비를 시킬 것이라고 나는 답했다. 덕분에 여행의 마지막 장을 잘 시작할 수 있었다.

온라인 예약은 아래 링크에서 미리 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금요일마다 파티 비슷하게 열리는 것 같던데,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https://vkolkovne.kolkovna.cz/en/#on-line-booking

영문 메뉴판은 링크에서 미리 다운받아서 볼 수 있다. https://vkolkovne.kolkovna.cz/en/?do=menuPdf